Tuesday, 26 July 2011

바다열차& 강릉 보헤미안, 테라로사

낭만 열차와 행복한 커피의 만남 <바다열차& 강릉 보헤미안, 테라로사>
                         지난한 세월, 당신의 낭만은 어느 역에 있나요

강릉, 동해, 삼척을 지나는 바다열차 휴게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벽한쪽을 가득 채웠다

“낭만은 짧고, 생활은 깁~니다”라는 광고문구가 있다.
금융상품광고였기 때문일까.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공감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길다’는 생활 속에 많은 가치들을 저당 잡혀 살고, ‘짧다’는 낭만은 사치인양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요컨대, 낭만은 현실의 구성요소가 아니며, 지금 우리에겐 ‘낭만’을 즐길 시간이(?) 없다는 것.
하지만 그건 너무 슬프다. 우리가 무어 그리 대단한 낭만을 원한 것도 아니잖은가. 생각해 보면 낭만은 멀리 있지 않다. 답답한 가슴에 불쑥 올라탄 기차, 바다를 보겠다며 한달음에 강릉을 향했던 젊은 날의 치기, 커피 한잔을 두고 앉아 말의 시작이 부딪혀 “먼저 말하라”며 수줍어하던 순간, 그 모두가 돌아보면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그런 낭만이 촌스러운가. 구태하고 불필요한가. 좀 촌스럽고 구태하면 어떤가. 당신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행복’이란 놈이 그 속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지 않나.

하나.  낭만과 기차 이야기  삼척, 동해, 강릉을 잇는 바다열차

낭만여행의 첫 번째 요소, 단연 기차다. 그 가운데서도 바다열차. 강릉과 동해, 삼척을 잇는 58km 구간은 지명만으로도 환상적인 조합이다. 게다가 이 열차는 바다가 온전히 품으로 들어올 듯 전 좌석이 측면으로 배치돼 있다. 이 바다 열차는 삼척해변역, 추암역, 동해역, 묵호역, 정동진역을 지난다. 어느 역에서 하차하든, 갈 곳 많은 관광지 부자 동네. ‘여차하면’ 내려도 좋고, 또 여차하면 왕복도 좋겠다. 이렇게 오가길 하루 6회. 10월부터 2월까지는 강릉발 마지막 열차인 오후 5시 40 열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열차는 특실 1, 2호차, 일반 3호차, 2인 기준의 프러포즈실까지 외양부터 실내까지 다른 컨셉으로 차별화 했다. 특실 1호차는 시원한 푸른색으로 편안함을 강조했고, 특실 2호차는 극장의 커플좌석을 연상케 한다. 일반 3호차는 동아리 MT나 단체 여행에 적당하도록 꾸몄다.

연인,커플에게 어울리는 특실2호



김대중 전대통령 내외가 앉았던 좌석


   “yes”라는 답을 듣고픈 특별한 날이라면, 프러포즈실을 추천한다. 둘만을 위한 공간은 물론, 와인과 초콜릿, 포토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2월 초 취재 당일, 평일임에도 적잖은 인원이 삼척역에서 ‘바다열차’를 탔다. 올라탄 열차, 상상보다 넓고 깨끗한 공간과 확 트인 창에 손님들 모두 마음을 빼앗긴 눈치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어머니 부대. “이게 무슨 호사야. 타기만 해도 신나. 우리 엄마 한번 모시고 와야겠네.” 좋은 사람과 좋은 구경 함께 하고픈 마음은 인지상정 일터.
기차의 출발과 함께 곧 나타날 바다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간다. ‘바다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창밖을 향하던 눈길, 자연스레 창 위쪽에 설치된 안내문구에 눈이 간다. ‘신청곡, 사연신청번호 031-3366-5577’. 그랬다. 바다열차에는 FM라디오 부럽지 않은 ‘생방송’이 있었다.
이방인과의 교류, 여행지에서 느끼는 묘한 연대감
 ‘고등학교 졸업 전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여행 왔다’는 여고생들의 사연, 결혼 8주년 기념 여행이라는 부부의 사연, ‘콧구멍에 바람 좀 넣으려 맏며느리 모임에서 왔다’는 사연 등 탑승객만큼 신청곡도 각양각색이다.
 "뱀이다~♬ 뱀이다~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  가수 김혜연의 ‘뱀이다’란 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전 객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그런가 하면 가수 빅뱅의 ‘붉은 노을’이란 곡이 방송될 때는 전 세대 합창을 하기에 이른다. 이 묘한 ‘연대감’이란…. 여행지에서만 느끼는 이방인과의 교류, 친밀함 같은 여행의 선물 일게다. 신청곡은 모두 달라도 ‘기차와 바다’가 만드는 설렘은 모두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줬던 사연신청곡방송은 빙고게임으로 이어진다. 주로는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 이벤트가 진행되며, 정차역이나 바다가 보이는 구간에서는 주변 관광지에 대한 안내가 꼼꼼히 소개된다.
정동진 역에서는 7분간 하차 할 수 있다. 탑승객 모두 짧은 시간을 이용해 소중한 추억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의 한 장면이 촬영됐던 곳에서도 한 장, 기차를 배경으로 또 한 장, 사진이 늘어갈 수록 추억도 늘어간다.
손에 카메라를 꼭 쥐고 소녀 같은 설렘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이영순(51)씨에게 말을 건넸다. “경기도 구리, 맏며느리 모임에서 왔어요. 일년에 한번씩 떠나는 여행인데 좋은 구경해서 행복하네요. 강릉에서 초당두부까지 먹으면 일정이 끝나요.”
바다열차 게시판에도 “10점 만점의 10점” 평가가 이어진다. 아이디 ‘63tjsghkrh’를 쓰는 고객은 “입대를 앞둔 아들과 졸업을 앞둔 딸과 떠난 여행으로 바다 열차를 타게 됐다”며, “여러 모습의 바다를 정말 눈이 시리도록 만났다”고 감상을 표현했다.
바다열차 특실 1, 2호차 탑승권은 15,000원이며, 일반3호차는 10,000원이다. 프러포즈실은 총 3실이 있으며 2인 기준 50,000원이다. 삼척, 동해, 강릉 지역민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탈 수 있다. 기차 안에는 객실과 함께 스낵바도 마련돼 있어 간단한 음료와 커피, 주전부리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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